티스토리 뷰

현재 이전 투구하는 정치판의 근본적 원인을 이 책만큼 날카롭고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책은 드물다.

폐이지는 대략 300여 페이지 정도 남짓 되지만 전문적인 정치학 용어와 문체들로 나 같은 비전공자가 쉽사리 진도를 나가기에는 무리가 조금 따른다. 게다가 얇은 지식으로 이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을 맞다 그르다 논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미덕은 우리가 바래왔던 민주주의와는 알게 모르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문제를 그 근본적 원인에서부터 결과까지를 잘 통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바는

민주주의의 근본원리이자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다원주의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남이 나와 다르다 라는 것은 곧 남은 틀리다 라고 생각하는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몇 번의 혁명을 통한 민주화로 대단한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 실제로는 그 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원인이 해방 후 에 시대적 환경과 맞물려서 구축된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보수와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정당들의 기본이념은 반공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하나의 헤게모니상에서 이루어져 있어 실제로는 둘 다 보수라는 성격 위에서 출발했으며 그 결과로 실제로는 명찰만 틀릴 뿐인 야당과 여당이 서로의 이념과 그에 따른 정책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고(서로의 사상의 기반이 되는 그 차이가 좁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정책이나 이념의 대결보다는 정권을 잡기 위한 대결에 치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혁명을 주도한 시민 사회마저도 그 힘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정치 권력화 시키지 못함으로 결국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전체적으로 보수화로 귀결되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과 저자의 분석이 전적으로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분석들이 매우 일리 있게 느껴진다. 특히나 민주주의에 있어서 간과되는 부분인 다원주의에 관련된 부분은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인터넷상 에서의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그 이념들을 생활에 베어있게 할 수 없었던 우리들로서는 나와 남이 다르다 라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하루 이틀의 캠페인이나 말로써 쉽게 해결되지 않는 매우 어려운 일로만 느껴진다.

아마 당장 나도 지금 이순간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어떤 낚시 성 글에 현혹되면 앞뒤 잘 재보지도 않고 분위기에 편승 되어서 눈에 불을 켜고 대들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민주주의란 설사 어떤 사람(오늘 좃선의 송희영 같은 쓰레기 논설위원)이 아주 악질이고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 말종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나쁘다라는 것 에서 출발 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구나 에서 출발해서 그 결과를 정당이나 선거와 같은 대의의 기구와 장치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