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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웠던 세계사책엔 비잔틴제국의 역사가 친절하게 단 몇줄로 요약되어 있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제국을 분할하여 아들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동로마는 그후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멸망되었다.

분할된후 서로마야 금방 망해버려서 쓸 이야기가 없다치지만 그후로도 1000여년을 존속했던 동로마(동로마라기 보단 비잔틴 제국이라고 불리는)의 이야기가 별 비중없이 다루어지고 있다는것은 세계사를 배울 당시로선 이해할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삼국지(물론 국내번역본)에서 공명이 오장원에서 죽은후 진짜 통일까지의 이야기들이 이전 이야기들에 비해 비중없이 다뤄진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역사책이라고 보기엔 경망스러워 보이는 제목의 '종횡무진 동로마사'를 구입한건 벌써 3년전. 마치 중고생용 책제목같이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이책을 구입하게 된건 '로마인이야기'의 영향과 함께 원래의 영문제목이 전혀 엉뚱한것이 었기 때문이다(종횡무진은 이 출판사의 시리즈인듯. 자매품 종횡무진 서양사,종횡무진 동양사등). 저자인 노리치는 원래 비잔틴 연대기라는 3권의 책으로 동 로마사를 발간했는데 이 세권을 보기쉽게 한권으로 줄여서 저술한책이 바로 이책이다 정식제목으로 보면 비잔티움 약사가 되겠다.

저자의 말처럼 언제나 승자의 입장에서 씌여지기 마련인 역사이기 때문에 기존의 역사책들이 승자인 서유럽과 오랜세월 반목한 (더군다나 지금은 이슬람권이기 까지한) 동유럽의 역사를 제대로 평가해 줄리 만무했다. 하지만 압축된 이한권의 책에 씌여진 역사만 하더라도 기존의 로마(분할전)의 이야기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낙후된 서유럽에 비해 로마의 정통성을 계승한 비잔틴제국은 당시로서는 선진국 이었고 이후로 서유럽과의 입장이 역전되고 후에 투르크에게 멸망할때 까지도 서유럽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오늘날의 서유럽이 힘을 기르고 문화를 꽃피울수 있도록 보호자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강력한 제왕중심의 전제정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화정치도 아닌 로마식의 전제정치(로마의 역사책들을 보면 당시 황제가 우리나라의 왕이나 중국의 황제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걸 알수있다)속에서 변화하지 못하고 결국은 외세의 침입에 끊임없이 시달리다 마침내 그 역할을 마쳤다고 볼수있다.

노리치의 책은 이 한권에 1000년에 이르는 세월을 지루하지 않도록 흥미진진 하게 풀어놓구 있다. 황권을 차지하기 위한 음모들(적통 세습의 동양과는 달라서 생긴). 주변 대외 세력의 흥망에 따른 비잔틴을 노리는 세력들과의 투쟁. 영광스러운 시대의 과거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노력들. 그리고 십자군 전쟁에서 부터 멸망에 이르는 기간동안의 생존을 위한 노력들(군사적 혹은 외교적 노력) 이런것들이 시대별로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면서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기 쉬운 역사를 재미있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다만 어려운 점은 역시 책이 두꺼운데다 일본애들 이름처럼 비슷비슷하고 똑같은 이름이 많아서 너무 헷갈린다는점 그리고 역자가 주를 달긴 했지만 주변정세와 더불어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역시 서유럽의 역사도 튼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 이겠다.


얼마전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 오리지널 버전(3권짜리)이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었다.
시간이 되면 오리지널 버전의 책들을 구입해서 봐야겠다.
오리지널 버전의 번역본은 지대 뽀대있게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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