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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건진 책.발행일이 최근이라 도서관엔 없겠거니 하고 찾아보지도 않았는데 아마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많았던 듯.덕분에 한 구석에 아주 깨끗한 새 책처럼 잘 모셔져 있는 하드커버의 이 녀석을 가볍게 들고 와버렸다.

로마시대 수도교 담당 기술자인 아틸리우스는 전임자인 엑솜니우스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그 후임으로 미세늄으로 발령받게 된다. 아틸리우스는 수도교의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폼페이로 수도교 수리를 위해 떠나게 되는데..이 책은그 베수비오스 화산의 폭발을 전후한 4일간의 아틸리우스와 그 주변 인물들 이야기를 시간대별로 담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빌려온 히스토리 팩션은 다빈치 코드의 대흥행으로 우리나라에도 여러 권 소개되기도 하고 또 국내작가들도 그 붐에 편승해 히스토리 팩션장르의 책을 내놓기도 했다.그런데 요새 한창 잘나가는 이런류의 소설들이 나에게는 그다지 커다란 감명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함량 미달이다라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굉장한 베스트 셀러 였지만 '다빈치 코드' 는 너무 익숙한 코드들로 채워진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 였으며 '종이의 음모' 는 광고에 비해 그저 그런 지루하고 평범한 이야기 였다.

또 서점가에서 지금 한창 베스트 셀러로 선전중인 '바람의 화원'과 같은 작가가 작년에 발표한 '뿌리깊은 나무'는 글쎄 히스토리 팩션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과대광고의 쓰레기 였다(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

다행히 폼페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같은 분량을 분책해서 2권으로 나눈 앞의 책들과는 달리 비교적 두꺼운 하드커버의 한권으로 묶어버림으로써 뭐랄까 몰입도를 높였다고나 할까?.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베수비오스 화산의 폭발까지를 시간대 별로 구성해서 마치 시한폭탄의 초재기를 보든 듯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서평에서처럼 시대의 인간군상들을 등장시켜서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음모와 탐욕,사랑 나아가서 스릴과 서스펜스(?)이런걸 기대하는 건 금물.책에 등장하는 인물자체도 몇 없을뿐더러 그 비중도 책의 내용에 비하면 작아서 곁다리로 벌어지는 스토리는 있으나 없으나 스토리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이야기의 시작의 단초를 제공하는 엑솜니우스의 사건 역시 결과적으로는 중심스토리와는 그다지 연관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이 책은 전적으로 주인공인 수도기사 아틸리우스가 막힌 수로를 조사하면서 맞닥뜨리는(그러나 깨닫지 못하는) 화산의 징조들과 더불어 시시각각 다가오는 화산 폭발의 긴장에 그 주된 이야깃거리와 흥미가 있다.

책표지와 광고부터 요란스럽게 블록 버스터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문구가 있는데 책 내용으로만 보면 블록 버스터에 잘어울리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너무 부각되지 않지만 양념처럼 들어간 러브스토리,로마시대의 시대 배경,아름다운 나폴리만의 풍경,스펙터클한 화산폭발,그 긴장감들.

다빈치 코드와는 다르게 이 원작의 영화를 보고싶어 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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