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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자들의 옷이 엄청 비싸긴 하지만 비싸기로 친다면 남자들의 양복 또한 그에 못지 않다.꽤나 이름난 양복메이커를 제값주고 사려면 가전제품 하나쯤은 장만할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올초 한창 씨끄러웠던 교복 거품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양복이란게 한번 사면 계절이나 일년에 한번씩 갈아 입어대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점점 더 자율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율복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었다는 것(특히 나같은 IT 종사자들의 경우엔 더더욱).그리고 대부분 태그에 붙여진 제 값 에는 거의 팔지 않는다는것.

그래도 나는 창의성및 자율과는 거리가 먼 회사에 근무하는 지 입사해서 지금까지 주욱 양복만 입고 근무를 했다.물론 한번 사두면 교복처럼 따로 옷에 돈들일이 없기는 하고 아침마다 무얼입을까 하는 고민을 무엇을 맬까하는 고민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말이다.

결혼하고 나서 아이쇼핑의 발길 마저도 끊었던 백화점에 모처럼 양복을 장만하러 나들이 갔다.요 몇년 계속 사야지 하는 마음에 몇번 들렀었지만 나나 색시나 그 부담스러운 가격에 그냥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그래서
독한 마음을 먹고  이번에야 말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으리 하는 굳은 다짐으로 집을 나섰다.하다 못해 와이셔츠와 넥타이라도 말이지ㅠㅠ.

곳곳에 있는 상설매장과 중저가 브랜드의 매장에서(하다못해 이마트에서도)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양복을 장만할수는 있다.하지만 한번 사면 몇년을 입는데다가 다른건 몰라도 양복의 경우에는 그래도 조금은 백화점에서 좋은걸 사고 싶은 작은 소망이랄까..이런게 아마도 나에게 있는가 같다.나름 양복 만큼은 백화점에서 사는것을 고집하는 것 보니...

일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세일기간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특히 남성복 매장에는 더더욱 그렇다
용감하게 매장에 들어가 첫눈에 반한 양복을 입어본다(대개의 경우 디스플레이 해놓는 양복 모델이 제일 비싸고 좋은거라).이걸 처음 입어 봤으니 아마 이것 이하로는 눈에 차지 않으리라...
약간의 와인빛이 들어가 다크 브라운의 색인데 제법 날씬하게 잘빠졌다.맘에들기는 하는데 가격 태그는 역시 좌절하게 만든다.남자 양복 왠만한 가전제품 한대 값이라니...그래도 우리 색시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사주는 양복 맘에들고 좋은걸 사주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잠시후 나는 양복이 새로 하나 생겼다.더불어 와이셔츠와 진홍의 넥타이 까지.하지만 순식간에 양복 한벌 값으로 김치냉장고 한대를 안드로 메다로 보내 버렸다.(ㅠㅠ).

좋은 옷에 멋있는 와이셔츠에 이쁜 넥타이까지 세트로 맞춘 올가을 옷은 정말 마음에 들지만 막상 큰맘 먹고 지르고 보니 한켠 으로는 백화점에 괜히 왔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이렇게 고민하고 이 정도에 벌벌 떠는것을 보아 하니 나도  결혼 생활이란 것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어렸을 때는 궁상이라고 생각 했을 법한 일들도 당연시 받아 들여지는 것들 하며......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양복값은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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